조직이식과 개체의 유일성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로 살아 있는 조직을 이식하는 최초의 진지한 시도는 수혈이었다. 때로는 그 과정이 성공적이었고, 때로는 침전을 형성해서 심각하고, 치명적인 위기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1900년 Karl Landsteiner는 이러한 불규칙적인 결과에 대한 올바른 해명을 찾았다. 그는 적혈구의 표면에 있는 항원을 발견했다. 그가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A와 B 항원이었다. 적혈구에 A 항원이 있는 사람의 혈액을 A형이라 하고, B 항원이 있는 사람의 혈액을 B형이라 한다. 어떤 사람은 두 항원을 다 가지고(AB형), 어떤 사람들(O형)은 아무 항원도 갖지 않는다.
하나 혹은 두 개 모두의 항원을 가지고 있는 적혈구가 거기에 해당하는 항체에 노출되면 응집이 일어난다. 즉 서로 엉긴다. 수혈하는 혈액에는 수혈을 받는 사람의 항체가 엉길 수 있는 적혈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중대한 원칙이 뒤따르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O형의 혈액은 어떠한 사람에게도 수혈이 가능하지만 수혈되는 혈액의 혈장 속에 있는 항체가 수혈받는 사람의 적혈구에 해를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수혈은 정확히 일치하는 혈액형 사이에서 행해져야 한다.
자신에게 없는 적혈구에 대한 항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A와 B 항원 위에 있는 에피토프와 유사한 물질(음식 속에서나, 감염시에나, 장내에 살아 있는 세균으로부터)에 노출되어 왔을 것이다. 만약 이런 것들이 자기 물질과 유사하지 않다면 항체를 만들 것이고, 자기 물질과 유사하다면 항체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수혈은 조직이식의 특수하고 제한적인 예이다. 3~4주가 지나면 수혈된 세포는 수혈자의 체내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예를 들어 신장이나 심장처럼 새 주인한테서 무한정 살아 있기를 바라는 조직이식의 경우는 어떠한가? 1956년에 한 젊고 건강한 여자로부터 그의 고통받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에게로 신장이 이식되었다. 이식을 받은 여자는 목숨을 건졌고, 두 여자는 모두 훌륭하게 건강한 삶을 정상적으로 누렸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 사람들간에 이루어지는 신장이식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만약 한 생쥐로부터 피부를 한 조각 떼어내어 준비된 다른 종의 생쥐에 이식을 하면, 처음엔 이식이 매우 좋게 진행된다. 이식을 받은 생쥐에서 혈관이 자라나서 이식된 피부속으로 들어가고, 그 혈관은 정상적으로 기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식한 지 10~14일 정도 지나면 상황은 악화의 길로 반전된다. 이식조직으로의 혈액 공급이 중단되고 이식조직은 급속하게 변질된다. 결국 오래된 딱지처럼 떨어져 나간다.
이런 실험을 다시 시도함으로써 이식 거부반응의 본질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또 다른 세 번째 종류의 생쥐로부터 피부를 이식받게 되면 앞의 이야기와 반복된다. 하지만 원래의 조직 공여자(donor)의 종류로부터 다시 이식을 시도한다면 이식조직은 혈액 공급을 받기도 전에 거부반응이 일어나 떨어지게 된다(2주일 미만). 이러한 2차적인 현상은 B 세포에 있어서 2차 기억반응에 해당하는 T 세포의 작용으로 여겨진다. 원발성 이식 거부반응은 세포성 면역반응이다. B종류의 피부를 이식받아 거부반응을 보였던 생쥐로부터 T 세포를 뽑은 후 그 T 세포를 처음으로 B 종류의 피부를 이식받을 생쥐에 주사하면, 처음으로 B 종류의 피부를 이식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차적인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주사된 T 세포 속에는 이미 B 종류의 피부에 있는 조직적합성 분자에 반응할 수 있는 T 세포들의 클론이 다량 존재한다.
이식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고찰하면 이식 거부반응에 대한 이해도 도울 수 있다. 먼저 살펴본 바와 같이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들간의 이식은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의 일란성 쌍둥이에서도 관찰되고, 생쥐의 경우에 오랜 세대 동안 근친혼을 시켜서 실제적으로는 다른 수정란으로부터 나왔어도 유전적으로 같은 경우에도 관찰된다. 그러나 이러한 생쥐의 경우에도 수컷의 피부(XY)를 암컷(XX)에 이식하면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수컷의 Y 염색체에는 암컷에는 없는 항원을 피부에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예외를 빼고는 이러한 동물들은 유전적으로 모조리 동질적이고, 따라서 암컷의 경우는 수컷에게 이질적인 유전자가 없다. 긴박하게 새로운 신장이나 심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일란성 쌍둥이가 아닐 경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한 두 가지 갈래의 접근방법이 성공적임이 밝혀져서 오늘날 수천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몸속에 타인의 기관을 이식받아 살아가고 있다. 첫번째 단계는 이식받을 사람의 조직적합성 분자를 “분류”하고 가장 적은 부적합성을 나타내는 잠재적인 기관(organ) 기증자를 찾는 것이다. 조직의 배합을 신중하게 하는 것이 잠재적인 이식거부반응을 최소화하는 길이지만 거부반응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두 번째 단계로 환자의 면역계의 기능을 억제시키는 약을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 분류
조직에서 가장 강력한 항원으로 작용하는 것은 I군과 군의 조직적합성 분자이다. 이들은 6번 염색체 위에 존재하는 주조직적합성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라고 부르는 유전자에 의해 발현된다. I 군의 분자는 HLA-A, HLA-B, HLA-C의 3개의 유전자 위치에서 발현된다. IⅡ 군의 분자는 유전자 위의 여러 군데에 표시된 HLA-D의 여러 위치에서 발현된다. 이러한 위치에 있는 유전자들은 대개 다형현상(polymorphic)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의 HLA-B 의 경우에는 40가지 이상이 발견되었고, HLA-A도 20가지 정도이다. HLA-D의 경우에는 새로운 대립인자 (allele)를 발견하는 과정상에 있다. 물론 누구나 기껏해야 각 위치당 2개의 대립인자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대립인자의 집합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수천 가지의 서로 다른 조합이 가능하다. San Francisco 에서 1,000명의 혈액과 기관 기증자를 연구했더니 HLA-A와 HLA-B만 가지고서 분류를 했는데도 절반 이상이 유일무이한 조합을 가지고 있었다. 111 명의 기증자들은 그 속에서 1명의 다른 사람과 이 두 가지 분자를 공유하고 있었다. 가장 자주 관찰된 표현형 (HLA-A1, HLA-A3, HLA-B7, HLA-B8)의 경우는 11명의 기증자 중에서 발견되었다.
신장 이식을 기다리며 투석을 하고 있는 환자에게 이러한 조사결과가 어떤 희망을 줄수 있겠는가? 만일 환자에게 장기를 기증하려는 많은 수의 가족이 존재한다면, 이러한 유전자 위치에 가까운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식이 적합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있는 6번 염색체의 HLA 부위에서 어떠한 교차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그들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대립인자의 조합은 네 가지이다. 부모가 각각의 유전자 위치에 모조리 다른 대립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대부분의 경우이다) 그들의 아이들이 똑같은 유전자형을 가질 확률은 4분의 1이 된다.
조직적합성 분자를 아무리 신중하게 배합한다고 하더라도 부적합한 조직이 언제나 존재한다(일란성 쌍둥이만 제외하고). 이것은 다른 항원들 때문인데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바는 아직 미흡하다. 그러나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하나는 당신이 쌍둥이가 아니라면 지구상에서 당신과 정확히 똑같은 항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주 당연하다는 것이다. 당신은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두 번째로 쌍둥이 외에 모든 조직이식의 경우에는 이식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일생 동안의 면역억제(immunosuppression) 요법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이식을 받은 사람에게 면역반응을 방해하는 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면역반응이 일어날 때는 급속한 세포의 증식이 일어나기 때문에 체세포분열을 방해하는 약이 면역반응을 억제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식 거부반응의 주범은 T 세포이기 때문에 cyclosporine 같이 T세포만 목표로 하는 약을 사용하면 이식 거부반응을 억제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이 새로운 신장이나 심장을 제대로 유지하게 하려면 면역억제제의 사용은 필요불가결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 수년간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경우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이식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더 효과적인 약은 세균이나 균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반응 더 잘 억제한다. 세균이나 균류에 의한 감염은 항생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은 처치가 더욱 곤란하고 그래서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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