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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클론선택

by Biology 2022. 7. 3.

클론선택

 

면역계가 어떤 항원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그 항원과 접촉하기 전에 이미 존재한다. 면역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T세포와 B 세포들의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집단은 특정한 에피토프에 대한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그런 수용체들의 특이성은 18.9절에 설명할 현저한 유전적 기작에 의해 형성된다. 그런데 몸속에 한번도 들어 온 적이 없는 에피토프에 대한 수용체들까지도 만들어진다. 몸이 한번도 접촉하지 못했던 에피토프를 가진 항원이 체내로 들어오면, 아주 작은 수의 림프구들이 거기에 결합하고 이후에 그 림프구들은 세포분열의 과정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항원에 특이성을 보이는 림프구들(B 또는 T)의 클론들이 생겨서 면역반응이 기초수준에서부터 증대한다. 항원이 특정한 림프구들을 선택해서 클론으로 팽창시키는 양상을 띠기 때문에 이 현상을 클론선택(clonal selection)이라고 한다. 클론선택의 원리를 주장할 수 있는 두 가지 실험을 고찰해 보자.


오래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의 면역학자인 Ada 와 Byrt는 아주 방사성이 높은 항원을 만들었다. 이 항원에 한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 생쥐에서 뽑은 림프구들과 이 항원을 섞었더니 림프구들 중에서 극히 일부분(0.02%)만이 달라붙었다(그림 18.13). 이때 방사능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달라붙은 림프구들(이 림프구들만)은 죽었다. 남아 있는 림프구의 군집은 X-선에 의해 면역계가 파괴된 생쥐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그 생쥐는 원래의 항원에 대한 항체를 생성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른 항원에 대한 항체는 어떤 것이라도 완벽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심지어 원래의 항원과 아주 유사한 것에 대한 항체도. 따라서 면역되지 않은 생쥐의 경우라도 이미 항체처럼 생긴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약간의 림프구들이 있어서 에피토프에 노출되었을 때 찾아서 반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1972년에 Rockefeller 대학의 Edelman과 그의 동료들은 면역되지 않은 생쥐에 항원 특이성을 갖는 림프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다른 방법으로 밝혀냈다. 그들은 항원을 나일론 섬유의 표면에 붙이고 그 섬유를 면역되지 않은 생쥐에서 뽑은 비장(脾臟, spleen)세포(대부분이 림프구임)를 함유한 실험접시에 깔았다. 일부분의 세포가 그 섬유에 달라붙었고, 이것은 세포표면에 항체 같은 상보적 물질이 존재함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실험을 하기 전에 먼저 그 항원을 처리하든지 생쥐의 항체에 대한 항체(anti antibody)와 반응시킨 후 이 실험을 하면 섬유에 달라붙는 일이 없다.


이러한 실험으로써 우리는 특정한 항원에 달라붙을 수 있는 B 세포가 미리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붙어 있는 것과는 CD4+ T 세포가 결합할 수 없다. 그러므로 CD4⁺ T 세포는 세포외액에 있으면서 대식세포같이 특별한 항원표출세포(antigen-presenting cell)에 의해 처리된 항원을 인지한다. 전에 들었던 예에서 폐렴간균에 감염이 된 경우 대식세포는 균들을 먹어치움으로써 방어를 한다. 분해된 폐렴 항원의 II군의 조직적합성 분자 위에 올려져서 대식세포의 표면에 표지된다. TB에 특이적인 CD4+ T 세포가 여기에 결합해서 똑같은 세포의 클론으로 체세포분열이 일어나고 활성화되어 분화한다. 그 이후 환자가 tuber culin 검사를 받으면 이 클론들은 검사로 투입된 폐렴 항원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일단 TB-II 군의 에피토프에 의해 활성화되면 CD4+ T 세포는 림포카인(lymphokine)이라고 부르는 호르몬 같은 물질을 분비한다. 이 물질은 다른 세포들(예, 더 많은 대식세포)을 그 부위로 모으고 활성화한다. 그러면 tuber culin 반응에서 나타나는 딱딱하고, 붉은 융기가 생긴다. CD4⁺ T 세포는 세포성 면역뿐 아니라 체액성 면역에도 근본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CD4⁺ T 세포는 B 세포가 항원과 반응하고 항체분비세포(antibody-secreting cell)로 분화되는 것을 도와준다. 이 이유 때문에 CD4+ T 세포를 조력자 T 세포라 부른다. AIDS는 CD4⁺ T 세포의 중요성을 생생하고 비극적으로 설명해 준다. 인간 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는 CD4 분자에 달라붙어 CD4⁺ T 세포에 침입 T 세포는 항원만 따로 있을 때는 인지할 수 없으므로 이런 실험을 가지고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유사한 실험을 가지고 T 세포도 클론선택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 항원과 접촉하기 전에 몸속에는 수백만 가지의 다양한 에피토프에 대한 특이성을 가지는 T 세포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적합한 에피토프와 만나는 것만이 선택된다. 즉 자극이 가해져서 클론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특정한 에피토프를 인지할 수 있는 극소수의 림프구들이 실제로 그 에피토프를 가지는 항원과 접하게 될 확률은 얼마일까? 아마도 매우 낮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B 세포와 T 세포 모두는 림프절의 안팎을 드나들기 때문에 확률이 실제로는 꽤 높다. 림프절로부터 새어나오는 림프 속에는 적은 수의 B세포와 많은 수의 T 세포가 들어 있다. 이것들은 쇄골하정맥을 통해서 피로 되돌아간다. 거기서부터 림프구들은 온몸으로 퍼진다. 여타의 조직들처럼 림프절도 혈액 공급을 받는다. 림프구가 림프절 속의 모세혈관에서 세정맥(細靜脈, venule)으로 이동할 때 세정맥의 벽을 통해서 이동이 가능하고 일시적으로 림프절 안에 있게 된다. 이렇듯 끊임없이 림프절의 안팎을 B 세포와 T 세포가 이동하기 때문에 항원이 몸속으로 들어왔을 때 거기에 맞는 B 세포와 T 세포가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2차 반응

전염병에서 회복된 이후에 그 감염원에 대한 항체의 농도는 수 주나 수 개월 혹은 수 년에 걸쳐 점차로 감소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항체가 탐지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 사람은 또다시 그 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걸까? 많은 경우는 그렇지 않다. 첫번째 항원에 노출된 뒤 대략 4~5일이 지나서(심지어 몇 년 뒤에) 다시 노출되면 항체의 방어적인 수준이 처음보다 훨씬 빠르고 크게 일어난다. 이를 2차 반응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작용하는 기작은 무엇인가? 2차반응에서는 기억세포(memory cell)라고 부르는 항원 특이성 세포가 1차 반응 때보다 훨씬 많다. 최초에 클론으로 발달할 때 딸세포 중에서 일부분은 분열도 하지 않고, 형질세포로 분화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에 그것들은 모세포에 있던 똑같은 항원수용체를 표면에 달고서는 작은 림프구로 전환된다. 이런 식으로 똑같은 항원수용체를 가진 세포들이 점차 증가하게 되고, 더 큰 반응(더 금방 탐지할 수 있는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면역된 생쥐의 비장세포가 적합한 항원을 바른 나일론 섬유와 섞어졌을 때 거기에 달라붙는 세포의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이러한 생각은 뒷받침된다.


기억세포들은 2차 반응에서 필요할 뿐더러 적합한 항원이 들어올 때까지는 분열하지 않음으로써 매우 오랫동안 살아 남아 있다. 실제로 림프절에서 혈액으로 왔다갔다하는 림프구들 중의 일부는 생존기간이 길다. 사람의 경우 일부 림프구는 적어도 20년간을 살아남는다는 증거가 있다.


면역학적인 기억은 백신(vaccine)의 사용에 대한 근거를 제공한다. 전염성이나 독성이 있는 물질을 변화시켜서 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한 것이 백신이다. 그러나 그 변화라는 것이 너무 강해서 모든 에피토프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변화된 물질에 대응해 만들어지는 항체가 변화되지 않은 질병 유발인자에 대항해 방어기작을 나타낼 것이다. 에피토프들을 손상시키지 않고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비전염성으로 만들 때 포름알데히드가 흔히 사용된다. 소아마비 백신이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처음으로 과학적인 백신 요법은 영국의 외과의사인 Edward Jenner가 1796년에 실시했다. 그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우두(牛)를 앓는 젊은 여자의 고름을 접종한 뒤에 몇 달후 치명적 질병인 천연두를 앓는 사람으로부터 뽑은 고름을 주사함으로써 의학사에 한획을 그었다. 그의 실험대상은 건강하게 살아 있었다. Jenner는 그를 비롯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알았던 사실인 소젖 짜는 여자 중에서 우두에 걸렸던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해서 이 실험을 했다. 오늘날 우두 바이러스의 항원이 천연두 바이러스와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에 하나에 대한 면역은 양쪽 바이러스 모두에게 방어기작을 나타냄을 알게 되었다.


여러분들은 아마도 소아마비에 대한 면역뿐 아니라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의 '삼중’백신(DTP 예방 주사)에 의해 면역이 되어있을 것이다. 또한 홍역, 볼거리, 풍진에도 면역이 있을 것이다. 천연두에 대해서는 면역성이 없을 것이다. 천연두에 대한 예방은 너무나 완벽하게 이루어져 1977년 10월에 소말리아의 요리사였던 Ali Maow Maalin 이 병에 걸린 이후(그 사람도 이후에 완전히 치유되었다) 지구상에서 자연적인 경우로는 나타난 적이 없다. 한때 인류에게 가장 큰 천형이었던 것을 없애버린 것은 생물학적인 지식의 적용이 인간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승리한 예이다.

 

 

조력자 T 세포

2차 항체반응은 B 세포의 증가 클론뿐 아니라 조력자 T 세포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이러한 CD4+ T 세포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우리가 어렸을 때 맞았을 DTP 예방접종에서의 파상풍 변성독소(toxoid) 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파상풍 변성독소 단백질을 갖고 면역시키면 파상풍 변성독소 위의 에피토프에 결합하는 항원수용체를 갖는 B 세포 클론의 성장이 촉진될 것이다. 또한 파상풍 변성독소의 조각을 포함하는 에피토프가 조직적합성 분자 II 군에 둘러싸여 있는 구조에 결합할 수 있는 CD4+ T 세포 클론의 성장도 촉진될 것이다.

10년 정도를 주기로 해서 여러분들은 파상풍에 대한 방어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파상풍 변성독소의 재접종을 받아야 한다. 새로 들어온 파상풍 변성독소는 대식세포와 같은 식세포들뿐 아니라 이 변성독소에 특이성을 갖는 기억 B 세포에 의해서도 섭식이 된다. 일단 파상풍에 특이성을 갖는 B 세포의 항원수용체에 달라붙은 복합체는 식작용에 의해서 먹혀진다. 내포낭은 리소솜과 융합하고 변성독소는 조각조각으로 잘린다. 변성독소의 조각은 조직 적합성 분자 IⅡ 군의 홈 속으로 끼여들고 B 세포의 표면으로 수송된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조직적합성 분자 IⅡ군의 홈에 끼여 들어 있는 파상풍 변성독소에 특이성을 갖는 기억 CD4+ T 세포를 갖게된다. 이런 T 세포는 파상풍 변성독소의 에피토프가 붙어 있는 B 세포를 만나게 되면 거기에 달라붙는다. T 세포가 이처럼 B 세포에 달라붙는 것이 자극으로 작용해서 T 세포는 호르몬 같은 내분비물질인 림포카인(lymphokine)을 B 세포의 표면에 직접 분비하게 된다. 이 같은 분비는 B 세포한테는 강력한 자극으로 작용해서 체세포분열을 유도하고 나중에는 항체를 분비하는 형질세포로 분화되게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에서는 B 세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조력자 T 세포에게 요청하는 형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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