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억제자
앞에서 언급했듯이 세포에 유용한 전구체들로부터 트립토판을 합성하는 데는 다섯 가지 효소가 필요하다. 이런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들은 무리지어 하나의 촉진유전자와 작동 유전자를 공유하는 하나의 오페론을 형성한다. 이 경우 세포내에서 트립토판의 존재는 오페론을 정지시킨다. 즉 Trp이 존재하면 이 Trp 은 억제자와 결합, 억제자로 하여금 Trp 작동유전자와 결합을 가능케 한다. Trp이 세포에 없을 경우, 억제자는 작동유전자로부터 떨어져 나오고 5개의 구조유전자의 전사가 시작된다. 이러한 조절기작의 효용성은 명백한데, 즉 필요한 대사물질(이 경우에는 트립토판)이 세포에 존재하면, 그 물질의 제조기 작동을 중지시키고 불필요한 단백질 합성을 중단시킨다. 억제자는 그 이름이 암시하듯이 음성조절기능을 갖는 데 기질(이를테면 락토오스)이 없거나 필요한 대사물질 (이를테면 Trp)의 존재하에서는 오페론을 정지시킨다. 그러나 E. coli에 있는 몇몇 유전자 전사는 양성조절을 받는다.
전사의 양성조절:CAP
Lac 오페론의 효율적인 전사를 위해서는 억제자가 오페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RNA 중합효소는 이화촉진단백질(catabolite activator protein, CAP)이라는 또 다른 DNA 결합단백질의 도움이 있을 때만 작용을 보인다. Lac 억제자처럼 CAP은 두 가지 종류의 결합자리가 있다. 하나는 뉴클레오티드 cyclic AMP(cAMP, 그림 19.14 참조)에 결합하고, 다른 하나는 촉진유전자의 위쪽 16 염기쌍 배열에 결합한다. 그러나 CAP의 DNA 결합은 단지 cAMP가 CAP에 결합되어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세포에서 cAMP가 결핍되었을 때 CAP은 DNA에 결합할 수 없고, 그 결과 RNA 중합효소는 억제물질이 없을 경우에도 작용할 수가 없다.
Lac 오페론은 음성적(억제자)과 양성적(CAP) 조절 두 가지 모두를 받는다. 세포는 왜 번거롭게 조절의 두 가지 체계를 가지는 것일까? 이 이중체계는 세포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세포에 글루코오스와 락토오스 두 가지가 다 주어졌을 경우 세포는 어떻게 할까? E. coli는 글루코오스를 선택한다. 이것은 이들 두 가지 조절장치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선택이다. 비록 락토오스가 억제자를 DNA로부터 해리시켰다 하더라도 글루코오스의 존재가 세포에 있는 cAMP의 농도를 낮추고, 그럼으로써 CAP을 DNA로부터 제거한다. CAP이 제거되면, 억제물질이 없을 경우라도 RNA 중합효소의 DNA결합이 억제된다. 위장 CAP은 2개의 동일한 폴리펩티드(동종 2량체라 한다)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은 C-말단쪽으로 2개의 나선 구역을 갖는데 두 나선 사이는 심하게 구부러져 있다. 이들 중 긴 나선은 DNA에서 독특한 염기서열을 인지하고 결합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인지나선(recognition helix)이라고 한다.
CAP의 두 인지나선은 물론 동일하다. 그러나 2량체내에서의 이들 인지나선의 배열은 상호 대칭적이며 이들이 인지하는 DNA 2중 나선의 염기쌍 배열은 하나의 중심점에서 양방향으로 멀어지면서 역대칭을 이루어 2량체의 결합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2개 조의 동일한 염기배열이 역대칭을 이루면서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경우 이러한 배열을 역전반복(inverted repeat)이라고 한다.
CAP의 이러한 구조와 그 결합 DNA상의 염기배열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DNA 조절단백질이 새로이 발견될수록 대개가 CAP의 경우와 같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조절단백질은 흔히 2개의 단위체, 즉 2량체이다.
2. 이들은 DNA의 역전반복 염기배열을 인지한다.
3. 원핵세포에서 특정 DNA 염기배열의 인식과 결합은 2량체 내에 각각 존재하는 연속된 2개의 Q-나선 중 하나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이들 2개의 Q-나선 사이는 심한 곡각을 이룬다. 따라서 이런 류의 단백질을 나선 - 곡각 - 나선 단백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plate 6 에 나타낸 Trp 억제자도 이 부류에 속한다.
족적법
Lac 억제자가 결합하는 부위의 DNA 염기배열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가? 첫째로 DNA조각을 분리하여 클로닝 (cloning)을 통해 증폭하는 데 물론 이 DNA 조각에는 억제자가 결합하는 작동유전자가 포함되어야 한다. 다음 이 DNA들의 한쪽 말단을 방사능 ATP를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표지한 후 DNase I을 사용, 무작위로 자른다(DNaseI은 제한효소와는 달리 특정 염기배열과 무관하게 DNA를 절단하는 효소. 그 결과 1개 자리에서 절단된 다양한 길이의 방사능 DNA 절편으로 구성된 혼합물이 생길 것이고 이 절편들을 전기영동으로 분리한다. 한편 억제자(단백질)를 작동유전자 24개의 염기서열에 결합시킨 채로 DNase I 로 절단하면 억제자의 봉쇄에 의해서 작동유전자 24개 염기서열은 절단되지 않는다. 전기영동으로 분리하여 방사능현상(現象)을 하면 억제자에 의해서 결합되는 염기서열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 부분을 족적(足跡, footprint)이라 한다. 억제자를 처리하지 않은 같은 DNA 염기서열을 읽어서 족적 자기방사능사진의 염기서열과 비교한다. 염기서열 비교결과로 lac 오페론의 정확한 염기서열을 알 수 있다. 이 기술은 진핵세포에서의 전사조절인자와 같은 DNA-결합단백질에 의해서 인지되는 염기서열을알 수 있도록 해준다.
전사조절인자의 분리
대장균에는 lac 억제자가 10~20개 정도 존재한다. 이는 세포내 전체 단백질 수의 약 1/50,000에 해당하는 작은 수로서 분리하여 연구하기 어렵다.
작동유전자의 염기서열에 대한 lac 억제자의 특이성을 이용하여 억제자를 순수분리하려면 먼저 억제자가 결합할 수 있는 염기서열의 DNA를 합성하여 안정한 기질에 붙인다. 대장균의 세포추출물을 통과시키면 기질에 결합하는 분자는 DNA 서열에 특이적인 것이며 이 경우는 lac 억제자이다. 기질에 결합된 분자를 떨어뜨릴 수 있는 완충액으로 기질을 씻어 준다. 이 기술이 흡착 크로마토그래피법(affinity chromatography)의 한 예이다. 앞으로 언급될 전사조절인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분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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