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
진핵생물은 기본적으로 여러 특성에 있어 원핵생물과 다르다. 이러한 특성들 중의 하나로 진핵생물에만 핵(“진정한 의미의 핵”)이 존재함을 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진핵생물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진핵세포의 경우에 대부분의 DNA는 핵 안에서 염색체(chromosome)로 통합되어 있다. 세포 생활사의 대부분 기간 동안 염색체는 길고 가는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현미경으로도 관찰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포분열시기에 염색체는 짧은(~5μm)구조가 응축되어 현미경의 저배율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백혈구를 예로 들어 볼 때, 분열중인 사람세포에는 전통적으로 “염색체”라고 부르는 46개의 분리전 구조물이 나타난다. 사실 이때 보이는 것은 46개의 복제된 염색체, 즉 2분염색체(dyad)이다. 흰 점들은 근육의 글리코겐 포스포릴라아제 효소에 대한 인간 유전자 위치를 나타낸다.
그림에는 4개의 점이 나타나 있는데, 한 2분염색체의 같은 위치에 2개의 점이 각각 표시되어 있다. 다른 2분염색체도 이와 비슷하게 2개의 점이 나타나 있다. 복제된 염색체는 동원체(centromere) 부위에서 서로 결합되어 있다. 후에 세포분열이 완결되면 복제한 염색체쌍은 서로 분리되어 서로 다른 딸세포로 이동한다. 이때 각 딸세포로 이동하는 복제된 염색체쌍 중의 하나는 전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포함한 여러 의미에서 진정한 염색체라 할 수 있다.
복제된 염색체들이 서로 붙어 있는 동안 각각 염색체를 염색분체라고 부른다. 염색분체라는 용어는 염색체보다 무엇인가 부족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불만족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생물학자들은 그 전체 구조를 각각의 팔(arm), 즉 염색체를 갖는 2분염색체(dyad)라고 부른다. 그러나 염색분체라는 용어는 너무나 확고하게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용어를 배울 수밖에 없다.
염색분체란 그 복제물에 부착된 한 염색체를 지칭하며, 보통 이를 자매염색분체 (sister chromatid)라고 부른다. 사람세포에는 각 2분염색체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2분염색체가 존재한다. 이들은 같은 위치에 같은 종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한 쌍의 2분 염색체를 상동염색체쌍(homologous chromosome pair)이라고 부른다. 이들을 자매염색분체쌍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상동염색체쌍 중의 하나는 그 개체의 모계에서 왔고, 다른 하나는 부계로부터 온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을 각각 모계 상동염색체와 부계 상동염색체라고 부른다.
여성과 남성은 모두 22쌍의 상동염색체를 부모로부터 받는다. 이들을 상염색체(autosome)라고 한다. 각 쌍은 다른 쌍과 외형상으로 구분이 되며 각 쌍에는 번호가 붙어져 있다. 여성은 X 염색체라고 하는 23개의 쌍을 부모로부터 받는다. 남성은 22쌍의 상염색체 외에 모계로부터 하나의 X 염색체와 부계로부터 Y 염색체를 물려 받는다. 따라서 사람에 관한 유전정보는 24종류의 다른 염색체(22개의 상염색체, X와 Y 염색체)에 포함되어 있다. 어떤 생물종의 세포내에 있는 염색체수는 그 종의 특징이 된다. 염색체수는 개미 중의 한 종(Mymecia pilosula)과 기생성회충(Parascaris equorum, var. univalens)이 갖는 1쌍에서부터 어떤 식물이 갖는 수백 쌍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한 생물의 세포내에 있는 모든 염색체들을 핵형(karyotype)이라고 한다.
각 염색체(염색분체)에는 한 분자의 DNA가 포함되어 있다. 가장 큰 사람염색체에 들어 있는 DNA 분자에는 약 250 × 10' 염기쌍이 포함되어 있다. DNA를 길게 늘이면 그 길이가 8.5cm에 달한다. 가장 짧은 염색체 일지라도 그 DNA는 50 × 10' 염기쌍을 포함하여, 그 길이가 1.7 cm 에 이른다. 평균적으로 사람염색체 하나가 5cm 의 DNA 분자를 가진다고 생각해 보자. 한 사람세포에는 46개의 염색체가 있으므로 그 안에 있는 DNA의 전체 길이는 2m가 넘는다.
한때는 한 염색체가 여러 종류의 많은 DNA분자로 구성되었다고 믿었다. 5cm 길이의 DNA가 한 가닥으로 한 염색체내에 포함된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 피리미딘 유사체인 브로모데옥시유리딘(bromodeoxyuridine, BrdU)을 분열중인 세포에 처리함으로써 이것을 입증할 수 있다. DNA 합성시에 세포는 잘못하여 티민(T) 대신에 BrdU을 통합하게 된다. 그 결과로 생겨난 DNA는 정상적 방법으로 염색액을 흡수할 수 없는 특징을 갖게 된다. BrdU이 있는 상태에서 세포의 염색체가 한 번 복제한 경우에 다음 번 세포분열시에 나타나는 염색체는 정상적으로 염색이 된다. 그러나 BrdU이 있는 상태에서 염색체가 두 번 복제를 하면, 그 다음 번 세포분열에서 나타나는 염색체의 자매염색분체 중의 하나는 정상적으로 염색이 되는데 비해 다른 자매염색분체는 염색이 되지 않는다. 각 염색분체가 완전히 염색되거나 또는 염색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염색체가 여러 종류의 많은 DNA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면, 염색이 되고 염색이 되지 않는 부분들은 다양한 패턴으로 나타나거나 명확한 패턴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염색체 수준에서 실행된 이 실험은 DNA 분자 수준에서 실행된 메젤슨-스타알(Meselson-Stahl) 실험과 정확하게 짝을 이룬다. 따라서 각 DNA 분자의 복제와 마찬가지로 전체 염색체의 복제도 반보존적(semiconservative)이라 할 수 있다.
간혹 자매염색분체들은 자연적으로 그 일부분을 교환하기도 한다. 교환은 서로 상보적으로 이루어진다. 특정한 화학물질을 처리하면 이러한 교환의 빈도가 높아진다. 이런 화학물질과 BrdU를 함께 처리하면 반보존적 법칙을 증명하는데 예외의 경우가 된다. 여기서 각 염색분체는 염색된 부위와 염색되지 않은 부위가 교대로 나타나는 패턴을 가지는데, 이때 염색된 부위와 염색되지 않은 부위는 염색분체 사이에서 정확히 반대되는 패턴을 나타낸다. 교환이 자연적으로 일어난 경우일지라도 같은 유전자를 갖는 동일한 염색체 조각이 교환되는 것이므로 유전적으로는 아무런 중요성이 없다. 다염색체는 DNA 단일분자가 대략 이와 같은 양의 단백질과 복합되어 구성된다. 대부분의 단백질은 몇 가지 종류의 히스톤(his-tone)으로 같은 종류가 다량으로 존재한다.
히스톤은 DNA와 단단하게 결합이 되어 있다. 또한 다른 유형의 단백질도 소량으로 존재하는데, 이들은 DNA와 보다 일시적인 관계를 갖는다. 염색체에는 5종류의 히스톤이 발견된다. 이들은 모두 양전하를 띤 아르기닌과 리신잔기를 많이 가지고 있어 염기성을 띤다. DNA 에서 음전하를 띠고 있는 모든 인산기와 단단히 결합하기를 원하다면, 바로 이러한 아미노산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H2A, H2B,H3, H4 등의 4종류 히스톤이 각각 2분자씩 모여 단백질의 중심부를 이룬다. DNA의 146개 염기쌍이 이러한 중심부 주위를 둘러싸서 뉴클레오솜(nucleasome)을 이룬다. 한 뉴클레오솜과 다음 뉴클레오솜 사이는 50~200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된 DNA로 연결되어 있다. 각 연결부위에는 한 분자의 히스톤 1(H1)이 존재한다. 뉴클레오솜들의 집합은 “실에 꿴 구슬”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다.
DNA와 히스톤의 결합에 DNA의 특정 염기서열보다는 히스톤의 아미노산 서열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히스톤은 진화과정에서 가장 잘 보존된 분자들 중의 하나이다. 송아지의 히스톤 H4 를 완두의 H4와 비교하면 102개의 아미노산 사슬에서 단지 두 종류의 아미노산 잔기만이 다를 뿐이다.
뉴클레오솜이 형성됨으로써 어느 정도는 핵안에 DNA 분자를 압축시켜 잘 들어가게 할수 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평균 길이가 5cm인 46개의 DNA 분자가 직경이 불과 10 인핵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이 꼬이고 압축되어야 한다. 뉴클레오솜들은 서로 꼬여서 직경이 30 nm 인 압축된 섬유을 이룬다. 이 섬유는 중심의 뼈대가 되는 단백질에서 빽빽이 뻗어나온 연속된 루프가 꼬여서 생긴 것이다.
각 염색체의 일부분에는 여러 차례 반복되는 DNA 서열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응축된 이 부분을 동원체라 한다. 동원체는 염색체의 중앙부에서 말단부 근처에 이르기까지 위치하지만 특정 염색체에서의 위치는 고정되어 있다. 동원체로부터 뻗어나온 짧은 팔을 “p”로 표시하고, 긴 팔은 “q”로 표시한다. 염색체를 염색하는 기술에 따라 염색체 내에 밝고 어두운 밴드(band)가 교대로 배열되는 패턴을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패턴은 한 종에서(심지어는 매우 가까운 종에서도) 여러 번 재연될 수 있다. 사람 핵형에서 300개가 넘는 밴드가 발견된다. 이들은 유전자 위치를 나타내는 유용한 표지가 된다. 근육 글리코겐 포스포릴라아제의 유전자는 11번 염색체 긴 팔의 q13에 위치한다. 따라서 이 유전자 위치는 11q13으로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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