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염색체와 유전자 활성 변화
어떤 곤충의 유충 세포들은 거대염색체를 갖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완벽하게 연구된 것은 노랑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의 침샘에 존재하는 세포에 있는 거대염색체이다. 이 거대염색체는 간기 염색체로서 중기 염색체보다 훨씬 더 팽창된 것이다. 보통의 다른 염색체와는 달리 간기 동안에 보여지는 이유는 세포분열을 하지 않고 염색체 복제가 여러 번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모계와 부계의 복사체인 2가염색체는 나란히 놓여져 있다. 그 결과 여러가닥의 케이블(cable)을 형성한다. 초파리의 침샘에서 각 거대염색체는 10회의 복제로 생성된 것이며 그리하여 1,024가닥(2)을 포함한다. 어떤 곤충에서 거대염색체는 16,000가닥이나 된다.
거대염색체는 어둡고 밝은 띠로 일련의 명암대를 이룬다. 많은 경우에 알려진 유전자 위치를 특정 띠에 지정할 수가 있다. 실제로 각 띠는 1개 혹은 소수의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초파리의 거대염색체에는 5,000개 이상의 띠가 있고, 이것은 그 기관이 갖고 있는 모든 유전자를 나타낸다. 어떤 경우에 유전자 서열과 이들 유전자간의 상대적인 거리는 특정한 유전자 위치로 확인되어 있는 띠의 위치와 상당히 유사하다.
거대염색체의 직경은 위치에 따라 다양하다. 퍼프(puff)라고 불리는 자리에서 염색체는 부풀어져 있다(그림 10.17). 우리딘은 RNA에만 존재하므로 세포에 방사능으로 표지된 우리딘을 첨가함으로써 퍼프에서 RNA 합성이 활발하게 일어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띠가 유전자를 나타낸다면, 퍼프는 전사되고 있는 유전자이다.
한 조직 이를테면 침샘세포의 거대염색체 모습은 다른 조직 이를테면 말피기관의 염색체 모습과 대체적으로 같다. 그러나 퍼프의 위치는 세포유형에 따라 다양하다. 이는 다른 종류의 세포에서는 다른 유전자가 활성화됨을 의미한다. 또한 한 종류의 세포에서 조차 퍼프의 형태는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각 시간대에 맞추어 곤충의 유충은 변태가 예정되어 있고, 이 제한적인 순서에 따라 염색체상에서 퍼프가 나타난다. 곤충에서 변태과정은 엑디손(ecdysone)이라는 호르몬 수준이 높아짐으로써 일어난다. 엑디손(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과 같이)은 스테로이드이다. 만약 엑디손을 변태를 막 끝낸(엑디손 수준이 낮은 시기) 작은 Chironomus의 유충에 주입하면, 변태 전에 일어났던 퍼프 순서대로 다시 정상적인 퍼프 현상이 난타난다. 첫번째 퍼프가 30분 이내에 일어나고 다음 몇 시간에 걸쳐 다른 띠들에서도 뒤따라 일어난다. 엑디손은 미리 프로그램되어 있는 유전자를 작동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초기 퍼프의 유전자 산물은 뒤에 퍼프되는 유전자를 전사시키는데 이용되는 전사인자임이 밝혀졌다. 엑디손에 의한 퍼프의 생성은 actinomycin D 에 의해 저해된다. 이것은 호르몬이 유전자 전사를 개시한다는 증거이다.
만일 특정한 퍼프의 출현이 하나의 특별한 유전자 산물의 출현과 연관될 수 있다면 이는 더욱 직접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Chironomus종에는 침샘세포 형태가 서로 상이한 두 종이 있다. 이들 두 종의 하나인 C. pallidivittatus는 특정 침샘세포에서 어떤 입자를 생성하지만 다른 한 종인 C. tentans는 입자를 생성하지 않는다. 더구나 전자의 침샘세포 염색체에는 후자의 침샘염색체에서 관찰되지 않는 여분의 퍼프하나를 추가로 갖는다. 따라서 이러한 입자형성은 하나의 유전자에 종속되는 형질이라는 사실이 종간 교배를 통해 밝혀지고 또한 이 유전자는 특정 염색체의 말단에 위치하며 바로 위에서 언급한 여분의 퍼프 자리가 이 유전자 위치라는 사실이 염색체 지도를 통해 알려졌다. 유전자는 단백질에 대한 암호이므로 그렇다면 를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 C. pallidivittatus의 침샘세포에는 C. tentans에서 발견되지 않는 별개 단백질이 존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두 종의 세포에서 생산된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6종의 단백질은 두 종에 공통으로 존재하나 1종의 단백질이 C. pallidivittatus에만 존재함이 밝혀졌는데 이는 한 유전자 - RNA를 합성하는 하나의 퍼프-하나의 단백질―독특한 하나의 가시적 형질(이 경우 입자)의 연관관계를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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